잔치를 파하고

김기원의 목요편지

2018-06-13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세계가 주목한 북·미정상회담 잔치도 끝나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방선거 잔치도 끝났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맞이하고 보낸 어제와 그제였습니다. 이상합니다. 들뜨고 흥분할 만한 역사적인 잔치판이 펼쳐졌는데도 재미는커녕 비감하기까지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아직도 전차에 머리를 부딪친 듯 멍하고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잘된 건지 못된 건지 분간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분단조국의 지난 세월을 더듬어 봅니다. 아프고 아립니다. 두 동강 난 한반도의 지난날들이. 1945년 8월 15일 그렇게도 갈망했던 일제사슬에서 벗어났으나 38선을 경계로 남북이 분단되는 비운을 당했고, 광복된 지 5년 만에 민족상잔의 6·25전쟁이 터져 적화통일 될 운명에 처했다가 유엔군 참전에 힘입어 실지를 회복하고 또 그들의 요청에 의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맺고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65년간을 냉전 상태로 살아왔으니 참으로 고달픈 나라였고 서러운 민족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남쪽 대한민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교류하며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존재감을 키워왔고, 북쪽의 인민공화국은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로 존재감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국가생존전략은 엄청난 갈등과 대립을 불러왔습니다. 북한은 핵을 매개로 남한을 수시로 겁박했고, 남한은 그런 북한을 달래고 어르는 악순환을 반복해야 했으며, 정권마다 기득권 보호와 선거승리를 위해 북풍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남과 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숨 가쁘게 평화모드로 급선회 했고 급기야 4·27 판문점 선언을 창출했고, 휴전당사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70여 년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으니 경천동지할 만합니다.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 앞에서 만면에 미소를 띠며 트럼프와 악수하며 합의서에 서명하는 34세에 불과한 김정은 위원장이 일약 세계적인 스타 지도자로 떴고, 독재와 가난의 상징이었던 북한이라는 엉성한 나라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상국가로 거듭났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건 결코 시기 질투여서가 아닙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시작이 반이니까요. 아무튼 우려되는 바가 없진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대로 이 땅에 핵폭탄의 공포와 전쟁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평화와 번영이 강물처럼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공든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코리아 패싱이 없도록 주도면밀하게 추진했으면 합니다.

어제는 지방선거 투표일이라 온종일 투표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사전투표를 했으나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궁금해서입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것인가와 평화를 발목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선택할 것인가로 프레임이 맞춰져 있었으니까요.

그러므로 관심은 광역자치단체장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얼마큼 싹쓸이할 것인가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과연 몇 석을 건질 것인가와 서울시장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유의미한 득표를 할지였습니다.

충북지역 선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있다면 이시종 지사가 3선에 성공해 8전 전승의 신화를 완성할지와 진보성향의 김병우 후보에게 다시 교육감을 맡길지 여부였습니다. 원고 마감시간에 쫓겨 결과를 코멘트할 순 없으나 여당 프리엄과 현직프리엄을 갖고 있어 그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도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누가 도지사·교육감이 되던 시장·군수·도의원·군의원이 되든 유권자를 주인으로 섬기며 직분에 충실하기 바랍니다. 만족스런 잔치는 아니었지만 나라와 지역이 잘 되기를 희구해서 좋았습니다.

/시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