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제위께

김기원의 목요편지

2018-06-06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6·13 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실시되는데도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직도 냉랭하기만 합니다. 교차로마다 입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피켓을 들고 도열해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 숙여 절을 하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니 말입니다.
압니다. 당신들이 왜 그러는지를. 축제이어야 할 선거가 난장판 같고,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니 그럴수 밖에요. 거기다가 4·27 판문점선언으로 촉발된 남·북 화해무드와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밀리고, 지역에 이렇다 할 큰 이슈도 없거니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으로 말미암아 운동장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으니 재미있는 시소게임도 없고 감동 드라마도 찾아보기 힘드니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민주주의 꽃은 주민참여라는 거름과 감시와 비판이라는 살충제를 먹고 피는데 이처럼 유권자들이 선거에 흥미를 잃고 외면하게 되면 풀뿌리민주주의에 위기가 옵니다. 주민참여 중 으뜸은 바로 투표 참여입니다. 그래야만 선거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당선자의 대표성도 확보됩니다. 그러므로 신성한 주권은 온전히 행사됨이 옳고, 단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었다 할지라도 결과에 승복함이 마땅합니다.
패자는 승자를 축복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끌어안는 게 바로 선거의 미학입니다. 앞으로 4년간 부려 먹을 일꾼들을 잘 뽑아야 합니다. 남이 뽑도록 해놓고 어찌 주인행세를 할 것이며, 남이 뽑아 놓은 일꾼에게 감 놔라 배놔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귀찮더라도 꼭 투표하셨으면 합니다.
지역의 미래와 공동체의 행·불이 달린 문제이니 옥석을 가려 잘 뽑으시기 바랍니다. 어떤 후보가 살림살이를 잘 후보인지, 꾀부리지 않고 청렴하게 일할 후보인지, 경쟁지역을 압도하며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후보인지, 지역현안 해결과 주민화합을 위해 온몸을 던질 인물인지, 유권자를 임기 끝까지 주인으로 섬길 위인인지를. 어쩜 그런 후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중에는 자신보다 못한 후보도 있을 터입니다.
내가 왜 이따위 인물 때문에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빼앗겨야 하나며 한탄하거나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투표장에 가셔야 합니다. 가서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뽑으시고, 그것마저 없으면 차악이라도 골라 뽑으셔야 합니다. 누군가는 항해하는 배의 키를 잡아야 하고 또 누군가는 키를 잡은 선장과 함께 거친 파도와 암초를 헤쳐 가며 망망대해를 건너야 하니까요.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는 민선 7기를 이끌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말이 쉬워 지방일꾼이지 실은 지방권력을 뽑는 중차대한 선거입니다. 지방정부(광역·기초자치단체)를 이끌 집행부의 수장(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과 집행부를 견제할 지방의원((시·도의원, 시·군·구의원)을 선출하고, 교육자치를 이끌 시·도교육감까지 한날한시에 선출하는 참으로 복잡하고 힘든 선거입니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궐위된 지역에는 국회의원까지 뽑아야 하니 유권자 한 사람이 투표용지에 7번 많게는 8번 기표해야 하는 선거입니다. 직위마다 3명씩 출마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21명의 후보자를, 한 선거구에 2~3명씩 뽑는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각각 7~8명은 족히 되니 줄잡아 30여명이 넘는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이나, 공부해야 하는 19세 고등학생과 재수생과 대학생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투표 당일 투표할 수 없는 분은 내일부터 이틀간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를 할 수 있으니 자리를 박차고 가까운 투표장에 가서 주권을 행사하기 바랍니다. 아니 사전투표든 본 투표든 투표하는 당신이기를. 이 땅의 주인 또한 당신이고, 부릴 일꾼들 선택 또한 당신 몫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