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2018-06-04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여러 가지로 느끼는 한 주였다. 직업 관련 수업을 진행해 보니 이제 연예인보다 유튜버를 장래 희망으로 꼽은 어린이가 많았다. 72세의 유튜버 박말례 할머니가 유튜버 구독자 수 10만을 찍어 실버 버튼을 받고 미국 구글 본사에 초청받아 방문한 소식도 놀랍다. 유재석이 넷플릭스에 진출했고, 방탄소년단 신곡이 빌보드 핫 100에 진출해 대통령 축전을 받는 시대가 왔다. 세대, 국경, 언어 등 여러 가지 벽들이 인터넷 앞에서 없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예전에는 작가가 되려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출간되거나, 신춘문예, 정말 희귀한 경우 유명한 문학가의 추천으로 등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인기를 얻으면 출판사와 계약해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15년 전쯤 이외수 작가가 인터넷에서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색다른 시도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연재도 작가가 되기 위한 길 중 하나가 되었다. 마션도 인터넷 블로그에 연재했던 게 인기를 끌어 책으로 나온 작품이고,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도 같은 사례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종이책과 더불어 웹 소설을 팔기 시작했다. 종이에서, 이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책 읽는 시대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소설을 뿌리내린 작가와 작품을 꼽으라면 이영도의 첫 작품 `드래곤 라자'(이영도 글. 황금가지)이다. 이영도 본인은 작가라는 말보다 글을 두드리는 사람이라며 타자라는 말을 썼다.

후치라는 주인공 소년이 있다. 후치가 사는 헬턴트는 드래곤 아무르타트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드래곤 때문에 영주민도 죽고, 상업이 발전할 수 없고, 영지는 가장 싼 곳이라 가난하다. 헬턴트 영주는 아무르타트를 죽이기 위해 수도에 청해 드래곤 캇셀프라임이 포함된 원정대를 결성한다. 후치의 아버지도 원정군에 참가한다. 하지만 캇셀프라임은 아무르타트에게 져서 죽고, 원정군은 인질로 잡힌다. 아무르타트는 엄청난 보석을 요구하고, 헬턴트 영지에서는 보석을 구할 수 없기에 후치와 기사 샌슨, 헬턴트 영주의 숨겨진 동생인 칼 헬턴트 셋이서 수도를 향해 보석을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의 내용은 생략한다. 여러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사건, 후치의 성장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구간으로는 12권, 2008년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양장판은 8권이다. 외전인 그림자 자국을 넣으면 9권이려나. 긴 장편 판타지 소설이다 싶지만 읽다 보면 시간이 삭제되는 소설이다. 구간에 “3일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책만 읽고 있더군요”라는 서평이 보이기에 웃었건만 내가 그러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을 좀비로 만들었고 2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도 최고의 국내 판타지 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판타지소설과 순문학에 대한 차이점을 비교, 문학 환경의 변화를 말해주기 위한 소설의 사례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고 대학 인문계 논술 시험에 지문이 인용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변화를 가져온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은 것이다. 10년 정도 더 지나고 이 작가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기대된다. 드래곤 라자 외에도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시리즈도 두근대며 읽었다.

영화 판권이 2016년 팔렸다는데 어떻게 될까 싶다. 몇 년 뒤에 영화화된 이 작품을 극장서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살아남는 법이다. 이 작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