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행복으로 여는 창

2018-05-31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1986년에 발표한 2집 앨범 `푸른 돛'의 아홉 번째에 수록된 `풍경'이다. 20대 후반 청년시절에 통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문화활동 한답시고 돌아다니던 때에 가장 많이 불렀던 필자의 애창곡 중 하나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단순하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정말로 잘 쓰고 잘 만들고 잘 부른 노래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는 풍경이다.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원래 있던 모습을 보존하는 것, 원래 있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세상 모든 과일은 모두가 제 모습 제 향기 제 색깔로 신을 찬미한다.'는 어느 수사(修士)의 기도처럼 우리는 자신의 원모습으로 돌아가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갈 고향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고향, 돌아갈 집이 없는 여행은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있고 집이 있다. 그래서 삶이 행복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죽음'조차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청주시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있는 `직지'를 올해 열리는 직지코리아 행사에 전시 임대하기 위해 시민 30만 명의 서명을 받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핵심은 이렇다. 직지는 약탈 문화재가 아니고 돈을 주고 정당하게 사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소유권을 주장할 명분이 없으니 차라리 프랑스에 직지 소유권을 인정해 주고 그동안 잘 보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일정기간동안 임시로 임대해서 전시하고 안전하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참으로 타당하고 옳은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시민 30만 명의 서명을 받아 프랑스에 요청하면 임대를 승인해 줄까? 필자의 생각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오히려 그동안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써온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같은 단체들의 협력과 지지를 더 이상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직지가 청주로 돌아오는 것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청주시는 직지의 임시 전시를 요청하는 서명운동이 아니라 직지 반환을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사회·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 같은 일을 시민 공론화 과정도 없이 행정에서 일사천리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볼 때 모든 문화재는 그것이 약탈 문화재든 정당한 절차로 구입한 문화재든 관계없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청주시가 추진하는 직지 임대 전시를 위한 30만 명 서명운동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최소한 전문가나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 문제가 다시 결정되기를 바란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다. 직지 가 떠나간 이유가 무엇이든 직지는 그가 있던 원 고향인 흥덕사로 임대가 아닌 반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야만 한다. 시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임대가 아닌 직지 반환운동을 다시 한번 시작하는 것이 청주와 직지의 자부심을 지키는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