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

時論

2018-05-24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2만여 사찰에서 일제히 법요식이 봉행됐다. 특히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서 남북불교도들은 3년 만에 공동발원문을 통해 “나와남, 남과 북을 분별했던 온갖 말과 행동부터 참회한 뒤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의 마중물이 되는 통일 보살이 될 것”을 서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진제 종정은 “마음속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면 남북이 진정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지혜와 자비로 평화를 일구는 것이 우리 삶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인 김희중 대주교도 이날 축사에서 “우리 사회가 점점 갈등과 대립이 깊어지는데, 이 시기에 특별히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모두가 서로 너그럽게 이해하고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인내하면서 서로 함께 평화를 이루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름을 실천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생명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자비행(慈悲行)은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사용한 단어가 다르고 표현이 상이할 뿐, `모든 갈등과 대립 반목을 극복하고 모두 하나 됨을 통한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을 이룩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궁극이고, 그 같은 가르침을 실천하자는 것'이 남북공동발원문, 종정 법어, 문재인 대통령 축사 등의 핵심 요지임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누구나가 무엇이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지식 및 이해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지만 서로가 상생(相生)하며 win-win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될 때,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스스로 어리석음의 늪을 자처하는 것뿐이다. 이 같은 까닭에 벤자민 디즈렐리는 “지식이 끝나는 곳에서 종교가 시작된다.”며 단순히 지식을 섭렵해 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지행합일에 이르는 것이 종교의 본령이 돼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무지에 따른 두려움을 잊기 위한 수단 내지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얄팍한 거래를 일삼는 무늬뿐인 종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지식 및 이성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이비 종교들의 꼭두각시 신행은 말끔하게 폐기처분돼야 한다. 모든 종교인들이 타인의 눈에 있는 티끌에 앞서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를 빼냄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좇으며 팔이 안으로 굽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단순한 진리를 사무치게 깨닫고 올곧게 실천하는 진실한 종교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바른 생각과 바른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참된 삶을 위한 이정표가 바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 즉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며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겠다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게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누구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부처님의 탄생게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하늘 위, 하늘 아래서 가장 존귀하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나'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