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5-23     연지민 기자

고 영 민


아내가 고구마를 삶아놓고
나갔다
젓가락으로 여러 번 찔러본 흔적이 있다
나도 너를 저렇게 찔러본 적이 있지
잘 익었나, 몇 번이고
깊숙이 찔러본 적이 있지
뜨거워
손을 바꿔 잡다가
괜한 내 귓불을 잡은 적이 있지
후후, 베어 물고
입속에서 여러 번 굴려본 적이 있지
벗겨 먹은 적이 있지
목이 메어 가슴을 두드리고
벌컥벌컥, 찬물을 들이켜고는
망연자실
내려다본 적이 있지


#나이에도 무게가 있다. 가볍게 뛰어넘던 경계도 지나온 만큼 무거워진다. 나이도 만월처럼 차오르는 때가 있다. 마음은 젊은 어느 날에 서 있지만 서른, 마흔, 쉰…, 숫자로 차올랐다가 꺾여진다. 그때마다 몸도 휘어진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은 고구마같기도 하다. 숱한 젓가락에 찔린 채 뜨거웠다가, 목이 메었다가, 가슴을 두드리다가, 찬물을 들이키다가, 혼자 쓸쓸히 남겨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