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운동

낮은자의 목소리

2018-05-17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봄철 반갑지 않은 손님은 내 몽골 쪽에서 불어오는 황사였습니다. 봄을 만끽하기에 마스크는 필수였습니다. 그것도 꼭 황사 마스크로 입 주위를 완전 봉쇄하는 제품을 쓰라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연중 내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외부활동이 있는 날이면 스마트폰의 미세먼지 예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쁨이나 아주 나쁨으로 표시되면 바깥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문구를 보면서 나가려던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최근 기관과 단체의 외부행사에 가장 큰 고려사항은 우천시이지만 함께 봐야 하는 것이 미세먼지 주의보입니다. 과거 4, 5월에는 비가 적고 날씨가 청명해 실외행사를 하기에 가장 적기였으며 비 예보가 없는 날짜를 잡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날짜를 정하기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정한 날 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이나 최악이면 어린이들이나 가족단위 행사는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교회행사에서 행사안내 말미에 `우천시/미세먼지 나쁨이상시 실내에서 진행합니다.'라는 문구를 첨부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이 녀석은 저를 괴롭힙니다. 실내공기가 저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괜히 목이 텁텁하고 헛기침을 몇 차례 하면 “기관지가 안 좋아?”하면서 주위에서 미세먼지 때문이니 실내에서도 공기청정기가 필수라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 집에서만 드물게 볼 수 있었던 공기청정기가 지금은 필수 가전제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창고에 있던 제품이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오래 사용을 안 한 제품이라 새 제품을 알아보려던 차에 인터넷을 보니 필터만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관련자료를 뒤졌습니다.

미세먼지의 크기와 제거율을 가지고 등급을 나눠 놓았습니다. 이런 제품을 HEPA 필터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이 헤파필터에도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세미헤파(E10,E11,E12), 헤파(H13,H14), 울파(U15,U16,U16) 등이었습니다.

제품을 홍보하거나 후기를 적은 글을 보면 자사제품은 H13의 제품을 쓰는데 타제품은 E11과 H12 등급을 쓰면서 제품은 헤파라고 쓴다며 현혹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자신의 제품은 True-HEPA 라고 표기돼 있다는 것입니다. 보면 볼수록 제대로 된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하는 내용을 찾아보니 미세먼지는 PM10=10μm(1μm는 1000분의 1mm)이고 초미세먼지는 PM2.5=2.5μm이라는 것입니다. 근데 필터에서의 기준을 보니 세미헤파는 1.0μm에서 0.5μm이고 헤파나 울파필터는 0.3μm의 먼지크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실 헤파필터의 먼지 크기와 초미세먼지를 규정한 크기를 보면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초미세먼지는 2.5μm를 이야기하는데 필터는 0.3μm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거율 또한 99.75%에서 99.9999%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데 0.25%와 0.00001%의 차이가 제거되지 않는 것이 어떤 의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공기청정기 회사들은 자사제품의 홍보에만 열을 내고, 정부는 초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니 주의보에 관심을 기울이라 하며 야외활동 자제와 마스크착용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니 소비자와 국민은 일단 고가의 최고급 필터가 장착된 대기업제품을 사게 되는 결과로 몇몇 배를 불려주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