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언어 철학적 분석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2018-05-16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양철기

 

# 에피소드 1:덕산초·중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월요일 밤 교직원들 몰래 학교에 와서 벽보를 붙였다. 교직원들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만든 게시물과 현수막을 학교에 전시해 출근하는 교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교장선생님 이름으로 만든 삼행시는, 박·화·영(박수가 절로 나는, 화려한 말솜씨에, 영원한 우리에 짱가). 센스 있고 수준있는 학부모들이다. 스승의 날 박 교장은 사비를 털어 전직원에게 삼겹살 70만원어치를 저녁에 쏘았다.

# 에피소드 2:몇 년 전 스승의 날을 전후해 고등학교 졸업 30년 기념 동문회를 했다. 노인이 되어서 우리들 앞에 선 은사님들과 의례적인 만남 또는 한 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만남의 자리는 모두에게 눈물이 그렁그렁한 자리였다. 은퇴한 선생님과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졸업생들에게 주신 메시지는 그저 미안하고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자신의 미숙함과 잘못을 고백하는 자리였다. 혹 3년 동안 학교 생활하면서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으면 용서해달라는 백발 은사님의 자기고백은 참가한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참 이상한(?) 동문회였다.

# 선생과 스승:국어사전에 선생(先生)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또는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으로 배울만한 것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스승은 배울만한 것이 있어야 비로소 스승이 된다. 이에 근거하면 학교의 교사만을 스승으로 삼을 근거는 사라진다.

`無貴無賤 無長無少 道之所存 師之所存'(신분의 귀천도 상관없고 나이의 많고 적음도 상관없이 도가 있는 곳이 스승이 있는 곳이다.)

중국 당(唐)을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에 나오는 구절로 진리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다(道存師存)는 말로 요약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앎(知)을 기반으로 도(道)에 이르게 하는 관계를 말한다.

# 3 스승의 날 재정립:오래전의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하면 교사가 아닌 일반행정적, 시설관리직 등의 직원들이 교사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또 선물을 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의 스승의 날 행사는 필자 학교를 비롯해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이들을 학생들의 스승으로 여기는 것이다.

지식과 가르침을 주는 사람만이 스승이 아니다. 관계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게 했다면 그것이 스승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부모를 통해서 생명의 전수와 사랑받는 것을 배웠고, 부부관계를 통해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자녀를 통해 주는 사랑이 어떠한지 교훈과 책망으로 치는 울타리는 어떠한지를 알게 했다. 가르치는 학생들을 통해서는 인내하며 기다림으로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을 알게 했으며, 지인들을 통해서는 다양한 속쓰림과 만남의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부모님 스승님, 남편·아내 스승님, 자녀스승님, 학생스승님, 친구스승님. 나의 주변은 나의 스승이며 나는 그들의 제자이다.

오늘날 천덕꾸러기(?) 날로 전락한 스승의 날. 스승의 말이 직업인으로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한 날이라면 존속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스승의 날이 진짜 `스승의 날'이 되면 된다. 그리고 나는 또 누구의 스승이 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귀한 날이 될 수 있다. `스승'이라는 뜻을 살짝만 다르게 보면 말이다.

참, 그리고 앞으로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줄 시기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