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이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5-09     연지민 기자

 

정 호 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 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너도 커 봐라!”.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겁니다. 어린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에 불만을 드러낼 때 무심하게 툭 던졌던 부모님의 말씀이지요. 그땐 그 말이 기성세대의 기득권처럼 느껴져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기성세대로 불리면서 똑같은 말을 자식에게 건네는 나를 봅니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살아보면 아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