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그리움을 입는 사람들

예술산책

2018-05-02     이수경<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5월이면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와 그 속에 의미를 두는 기념일이 많아지는 것은 햇살만큼이나 마음의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게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산가족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국민에게 기쁜 소식이었던 만큼 행사 때 착용했던 남북 정상의 옷차림 또한 주목을 끌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각적인 이미지 중에 파란색은 신뢰와 평화를 상징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란 넥타이와 영부인의 하늘색 투피스는 북 정상을 향한 평화와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리설주의 연분홍과 바이올렛 색의 투피스는 경직되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북한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퍼스트레이디 옷차림으로 이미지 외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신경 쓴 것을 보여주고 있다.

5월이 깊어갈수록 따뜻한 소식들로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워 지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 것은 주름의 양만큼 마음의 근육에 주름이 잡혀 사이사이 순수하지 못한 때가 끼고 용기도 에너지도 줄어들어 편견과 아집이라는 단어들로 나의 자만을 채우고 나만의 성을 쌓아올리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란 말을 하면서 위안을 삼고 남을 위로하지만, 사람의 손길을, 사람의 눈길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는 늘 외롭다고 허덕이는 사회적 동물 일 뿐이다.

무슨 날이 되면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무슨 때가 되면 내 사람을 찾아 손 내밀어도 본다. 외롭다고 말하면서도 때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이리저리 저울질하고 뒤로 미뤄버리며, 지금 당장 하지 못하거나 함께 할 수 없는 변명거리를 찾는다. 점점 더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마음은 상처받기 싫어 자물쇠를 걸어둔 채 계산적으로 머리만 굴리면서 말이다.

나는`나중에' 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하고 싶지도 않고, 듣기도 싫은 말이다. 그건 무엇인가와 어떤 상황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은 도피일 뿐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나중에'라는 말로 내게 온 기회를 놓치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지 말자. 내가 `나중에'라고 미루는 순간조차도 타인에게 전부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경험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어지고 이런 모든 경험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주저앉아버린다. 그러나 자기보호가 지나치면 고립된다는 걸 잊지 말자. 인간관계에서는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손해 볼 각오가 되어 있어야 단 1%의 확률을 가지고서라도 진실한 내 사람을 갖고 그들과 따뜻한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에 나는 왜 함께 행복을 나눌 사람이 없지? 라는 자기비판적인 물음에 답은 하나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개별성, 독자성을 갖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누구나 느끼고 싶어 하는 `존재감'이다. 내 옆에 사람이 없다고 누굴 탓하지 말고, 이제 보이는 부분이라도 남들이 다가올 수 있는 따뜻한 빛으로 물들여 보자.

안 어울리면 어떠할까. 수줍어 먼저 내민 손을 닮은 연분홍 색깔 티셔츠도 입어보고 안정과 평안을 주는 초록의 드레스도 입어보고, 신뢰를 주는 푸른색의 셔츠도 입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의 바탕색을 따뜻하게 물들여보자.

혼자 외롭게 그리움을 입고 사는 사람들에게 예쁜 빛깔의 따스함을 선물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