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노후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4-25     연지민 기자

문 성 해

 

국민연금이나 그 흔한 저축성 보험 하나 없는 나를 두고 친구들은 노후 걱정을 해준다 노후 준비를 미리 해두는 센스 있는 그이들 앞에서 나는 대책 없이 막 사는 인간이 된다 짱짱한 노후 대책을 가진 자들은 대체로 느긋하고 의젓하다 나는 그이들 앞에서 좌불안석, 미간에 주름이 지고 옹졸해진다 그이들은 먹는 것도 우아하게 쩝쩝거린다. 나는 먹는 것도 짭짭거려진다 나는 아무래도 대책 없이 늙어갈 것 같다 한편 이 대책 없음도 나쁘지 않겠단 불온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늙어 문단의 저잣거리에서 걸뱅이 짓을 하거나 퇴물 기생처럼 두 딸에게 얹혀살다가 마지막엔 그마저도 내쳐져 어느 비루한 날, 남의 처마 밑에서 듣는 비나 우산 끝처럼 떨구다 죽어도 좋겠단 사나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뭐가 될지 모르는 막연한 늙음을 으쓱거리며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졸업 여행을 앞둔 청춘의 아이들처럼


# 나이가 들면서 노후가 불안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인이 된다는 건 경제력이 없어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사회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번쯤 시인처럼 대찬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막연한 늙음에 대한 불안도 조금 멀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