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찾아서

세상 엿보기

2018-04-08     박윤미<충주 예성여고 교사>

교사에게 한 해의 시작은 3월이다. 1학년을 담임 맡게 되었는데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매주 단편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한 것이다. 학창 시절 독후감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미안한 생각을 하면서도, 모른 척하고 은근슬쩍 강요하였다.

지난주의 단편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였다. 교과서에도 나왔고, 콩트에 패러디 되기도 하여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친근한 작품이다. 이미 읽어서 긴장감이 없었다는 아이도 있고, 제대로 읽어 본 것은 처음이라는 아이도 있다.

담쟁이 잎을 그린 사람이 친구 화가인 줄 알았다는 아이, 그리 친하지도 않은 이웃을 위해 베어만 할아버지처럼 희생할 수 있는지 반성하거나 부모님의 희생적인 사랑을 생각한 아이, 자신에게 있어 마지막 잎새와 같은 의미가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 아이, 또는 인물의 심리나 이야기의 논리를 따진 아이 등 글 하나하나에 각각 깊은 감성과 다양한 생각이 담겨있다.

월요일마다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이 더해진다. 하영이는 지난 주말 새벽에 침대 끝에 걸터앉아 이 작품을 여러 번 읽었다고 썼다. 평소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우며 차분히 말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는 몸짓 하나하나가 장난기로 가득한 아이다. 이제는 그 밤의 고요한 시간까지 상상되니 아이를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예솔이의 독후감이었는데, 제목은 `마지막 1분'이다. `2 대 0이라는 스코어는 전염병에 걸려 가망이 없는 잔시와 같다. 그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병을 이겨낸 잔시와 같다. 결국은 의지와 긍정적인 생각이 모든 결과를 바꾸어 놓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들과 잔시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베어만 노인과 축구부 지도자 선생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모든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어떠한 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무서워도 하는 것이 용기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항상 책상에 엎드려 있던 예솔이는 새 학기 시작하고 3주가 되어서 상담할 때에야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예솔이가 피곤했던 이유는 매일 아침 새벽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개인 운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반이니까 단편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고 했더니, 독후감을 언제 누구에게 내면 되는 거냐고 물으며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매번 독후감을 낸다. 마지막 잎새를 읽고 어떻게 2 대 3으로 역전하는 축구 경기를 관람했던 경험을 연결했을까? 감동이다. 하얀 종이 위에 까만 글씨로 아이의 또 다른 빛깔을 만난다.

과학탐구실험 수업에서 프리즘으로 빛을 분광하여 무지개가 만들어지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햇빛 속에 여러 색깔의 빛이 섞여 있다는 것을 처음 이해하고 실험으로 보인 사람은 1666년 뉴턴이다. 햇빛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의 이치가 이와 같지 않을까? 자연도 사람도 사회도 우리가 보는 것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상태이다. 숨겨진 다양한 색의 빛을 이해하는 것이 배움인가 보다.

비 온 뒤 나타나는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다. 또한,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를 의미한다고도 하니, 올 한해 나의 화두는 무지개가 딱 적당하다.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가 마음에 뜬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