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2-21     연지민 기자

김 중 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다면
바다의 수위는 얼마나 올라갈까
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부터 차례로 잠길까
선잠 위로 차오르는 바다의 수위가
구름까지 닿으면 구름이 철썩철썩 파도처럼 부서질까
필요 이상으로 구름은 또 얼마나 많이 피어나
지구를 빈틈없이 모두 뒤덮고도 남아 우주로 새어나갈까
난민촌 밥 짓는 연기처럼 모락모락 새어나갈까
우주 밖으로 백기처럼 휘날릴까
구겨진 백지처럼 버려질까
지구상의 사람 누구든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
방금도 일어난 잔혹하고 끔찍하며 슬픈 일이 우리 모두에게
단 한 번만 공평히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 누구에 의해서든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 공평하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울음이나 배고픔처럼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아픔을 겪는다면 `평화'라는 말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공감의 힘은 사랑을 배가시켜주니까요. 미투운동, 시리아학살, 미국 총기사건 등등 숱한 우리 사회의 아픔에 공감의 띠를 잇는다면 세상은 문득, 바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