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송정 푸른 솔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8-02-07     연지민 기자

 

 

 

 

 

 

 

 

 

박 순 원

  교훈적이다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앵두나무에 비하면
벚나무 버드나무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다 곧으면 곧은 대
로 등이 굽으면 굽은 대로 선산을 지키며 교훈을 준다 남
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한 것은 착시다 철갑에
대한 염원 바람 바람 소리 불변함도 그렇다 불변에 대한
소망 바람 끈적거리는 송진은 교훈적이면서 실용적이다
은은한 소나무 향기 솔잎 향기를 맡으면 몸도 마음도 건
강해지는 것 같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
람도 하나 없는데 끝내 푸르리라 지나친 바람이다

# 어떤 사물에 덧씌워진 별칭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바람과 염원이 깃들어 있다. 독야청청 푸르기를 소망하는 소나무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단단해지며 누적된 시선으로 소나무는 붉어지거나 변화할 여지가 없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문화가 지닌 폭력과 억압을 시인은 소나무로 비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저에 뿌리 박힌 폭압의 문화가 어디 소나무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