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죄?

특별기고

2018-01-25     반영호<시인>

해마다 연 초에 열리는 충북시조문학회 총회가 1월 중순을 훌쩍 넘기고서야 열렸다. 내심 늦어지는 이유에 대하여 궁금했는데 생각해보니 회장이 소방관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물론 제천지역 소속 소방관은 아니어서 직접적인 책임은 없었겠지만 이미 충북소방본부장 등 지휘부 4명이 직위 해제된 가운데 경찰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으니 왜 신경이 곤두서 있지 않겠는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유족은 유리창을 파손하고 2층으로 진입을 하지 못한 이유와 비상구 계단으로 골든타임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했다.

당시의 충격과 슬픔은 그대로 진행 중인 가운데 각종 악플과 비난 글로 힘들어하며 생업을 포기한 채 진상 규명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유가족대책위는 인근 마트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소방 헬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헬기가 스포츠센터에 접근하면서 강한 바람으로 지상에 있던 사람들이 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유가족대책위는 제천 화재 발생 이후 소방헬기의 근접 비행이 건물 상층부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헬기 근접 비행으로 인해 연기에 질식한 사망자들이 화마에 한 번 더 희생을 당했다고 했다.

유족들은 또 참사 당시 2층 여성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의 초기대응이 부적절해 화를 키웠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반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십 건의 제천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그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것은 제천 화재관련 소방공무원 사법처리반대라는 청원이다.

청원자 중 한 사람은 충북경찰청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소방기관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는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기 위함이니 결과에 따라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유기로 사법적인 처벌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완벽하지 않은 현장대응의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공무원들에게 재직기간에 한번이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사법처리될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소방공무원들에 계속 맡기려면 경찰의 수사를 중단하고 사법처리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청원자는 범정부차원의 사고예방 대책, 건물주와 허가 행정기관의 책임이 더 무겁다면서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을 수사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청원자도 유가족들의 소방관 질타에 따른 책임 공방으로 소방관이 총대를 메는 거냐며, 큰일이 있을 때마다 징계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누가 소방관을 하려고 하겠냐고 지적하고 있다.

문명의 불씨가 되었던 불은 또한 인간에게 여러 가지 상상력의 대상으로서 역사를 살찌웠다. 인류 번영에 이바지 한 필요 불가결(必要不可缺) 요소 중 하나가 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불이 지닌 무서운 파괴력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대형 참사는 세월호 사건 이후 29명이 숨진 나라의 큰 재앙이다. 화재로 인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슬기롭게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