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콘덴싱 만들어요'

기자수첩

2018-01-23     윤원진 기자

21세기의 궤도에 본격적으로 오른 2018년 1월, 세상에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

어릴 적 공상의 세계에서는 날아다니는 자동차, 사람을 꼭 빼닮은 안드로이드, 한 끼 식사를 대신하는 알약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하늘을 가득 채운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올 줄은 그 어린 나이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년이 가졌던 과학자의 꿈처럼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야 한다'는 명제는 과학자에서 직장인으로, 대통령에서 공무원으로, 장군에서 치킨집 사장으로 가는 당위성이었다.

그런 것에 꿈을 접고, 국가와 가족을 위해 매일매일을 헌신해 왔던 우리는 맑은 공기조차 마실 수 없는 21세기의 현실에 충격을 받을 뿐이다.

이런 현실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빠 뭐 하시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콘덴싱 만든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바로 그 광고이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하는 아빠의 모습을 마치 영화 속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의 모습으로 재해석해 재미와 친환경에 대한 메시지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 광고처럼 우리 시대의 영웅은 외계인과 괴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친환경 보일러를 사용하고, 전기차를 타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영웅'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미세먼지는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타거나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배출 가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미세먼지의 주 유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노후화된 화력발전소 가동을 점차적으로 중단하고, 고형연료(SRF) 소각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충주에서는 바이오 SRF를 하루에 200톤이나 소각한다는 업체를 위해 시민 서명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SRF소각이)법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의 선택인 바이오 SRF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쉽게 풀면 충주시가 열병합발전소 전환에 필요한 허가를 안 내주면 업체가 기존 쓰레기로 만든 연료를 계속 태울 수밖에 없으니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SRF소각을 규제하는 상황이고, 정작 바이오SRF를 소각한다면 화력발전소보다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점은 알리지도 않았다.

특히 이 단체는 2015년부터 SRF소각반대 운동에 앞장서다가 지난해 갑자기 업체 쪽으로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반대 운동 당시 엄동설한 추위 속에서도 SRF소각을 막으려 시민서명운동에 나섰던 그 단체가 분명하다. 당시 이를 보는 시민들에게는 영웅이었다.

SF영화나 코믹스를 보면 영웅은 가끔 악당의 뇌파 공격이나 약물공격으로 이성을 상실하곤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정신을 차리고 정의를 위해 로케트 주먹과 광선을 악당들에게 되돌려준다.

그렇게 충주의 영웅도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시민 곁으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