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7-10-25     연지민 기자

김 현 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 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 시간은 모든 것을 숙성시키는 마법사입니다. 뜨거웠던 여름날의 폭우도 시간의 갈피가 된 채 지나가고,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무게도 색색이 물이 듭니다. 뜨겁게 밟고 온 청춘마저도 가을 앞에선 노을이 되는 것을 보면 순환의 섭리는 예외가 없나 봅니다. 마지막 열매 맺기에 분주한 가을 들판을 따라 햇살이 걷는 오후를 마중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