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문화의 가치와 관습

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2017-10-22     박숙희<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정유년 한가위 지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쉰 번째 이야기는 태원 부 상좌(太原孚上座)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태원 부 상좌가 강(講)을 마친 후에 선객을 청하여 차를 마시게 하고 말하기를 “제가 본시 마음이 비좁고 용렬하여 다만 견문에 의지해서 뜻을 해석했더니 아까 비웃음 보인 것을 입게 되었으니 부디 가르침을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선객이 말하기를 “실로 좌주가 법신을 알지 못하는 것을 비웃었습니다.″부 상좌가 말하기를 “어느 곳이 옳지 못합니까?”선객이 말하기를 “좌주의 말이 옳지 못한 것을 말할 것이 아니라 다만 법신양변(法身量邊)의 일만을 말하고 실로 법신을 증득하지는 못한 것입니다.″부 상자가 말하기를 “이미 그와 같은 진대 선객은 마땅히 나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선객이 말하기를 “나는 말하는 것을 사양하지는 않으나 그대가 믿겠습니까?”부 상자가 말하기를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선객이 말하기를 “만일에 그러하시다면 좌주께서 잠깐 講을 그만두고 열흘 동안을 방 안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고요하게 하여 마음을 거두고 생각을 거두어서 선악의 모든 반연을 한꺼번에 모두 놓아버리십시오.″

부 상좌는 가르친 바를 한결같이 의지하여 초저녁부터 새벽에 이르다가 북 치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크게 깨달았다. 백운 화상도 “이것은 원오 극근 화상이 닭이 난간 위로 날아가서 날개를 치면서 우는소리를 듣고 홀연히 크게 깨달은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단다.

태원 부 상좌는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다. 자기가 잘 모르면 배우려고 하는 마음 자세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죽일 놈! 네가 뭘 알기에 나를 비웃느냐?”고 좋아하지 않을 것인데 태원 부 상좌는 비웃는 그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를 깨닫게 된다.

부 상좌가 새벽까지 좌선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크게 깨닫게 되는 것이나 원오 극근 화상이 닭이 난간에 올라가서 날개 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과 같다는 것이겠다. 서산 대사도 닭이 우는소리를 듣고 깨달았다고 한다.

닭이 우는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처럼 한국은 민족중흥 또는 조국근대화와 같은 민족주의적 이념과 목표가 등장하고 나서야 지속적 경제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민족의식을 기초로 한 자본주의 정신의 성립은 나라마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리 나타난다.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본주의라는 경제 제도, 나아가서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특정한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려면, 그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전통적인 문화적 가치와 관습을 역사에서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단다.

다시 말해 합리적 계산은 필요조건이고 문화적 전통에 바탕을 둔 호혜성, 도덕률, 공동체에 대한 의무, 신뢰 등이 더해져야 한다고 했다는 것처럼 작금의 우리는 이를 더욱 갈파해야 하지 않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