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주머니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7-08-30     연지민 기자

 

 

 

 

 

 

 

정 일 근

봄에 씨 뿌려 놓은 잎상추는
여름까지 푸짐하게 밥상에 오른다
3년 전에 씨 뿌려 놓은 부추는
해마다 새로 돋는 푸른 몸을 내준다
논두렁에 콩알 한 알 묻어놓으면
콩잎은 콩잎대로 콩은 콩대로
모두 사람의 반찬이 된다
씨앗 한 톨에서 시작해 이루는
자연의 수북수북한 주머니여
너는 또 어떤 손을 가졌기에
아낌없이 꺼내 주는지 다 주는지
고맙다 참 고맙다
한 톨 볍씨로 출발한 어린 벼들이
제 황금주머니를 통째 주려고
이 여름을 직립으로 서서 견디고 있다.

# 옛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지요. 하지만 자본이 깊이 일상에 침투하면서 콩 심은 데 팥이 나는 수상한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의 욕심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지금입니다. 저 순하디 순한 농심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