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적폐 청산 촛불법회

時 論

2017-08-24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한국 불교의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의 적폐청산은 가능한가? 조계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불자들의 촛불법회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한 촛불 법회는 지난달 27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8월 24일 제5차 법회로 이어졌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불자들이 불교계 언론인 BBS, BTN, 불교신문, 법보신문, 현대불교신문 등의 미온적 보도 행태 및 왜곡 편파 보도와 관련,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다가 지난 4월 5일 제적 징계 처분을 당한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조계종 적폐 청산을 위한 무한 단식에 돌입함으로써 촛불 법회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조계종 적폐청산 관련, 겉으로 드러난 현안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용주사 주지 엄중 징계. 적광스님 집단 폭행사건 철저 조사 등이다. 2009년 10월 총무원장에 당선돼서 2013년 10월에 재선, 8년여 동안 총무원장직을 수행해 온 자승 총무원장에 대한 불자들의 실망이 총무원장 직선제 열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은 숨겨둔 쌍둥이 자식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적광스님은 조계종 비리 폭로를 위한 기자회견을 앞두고 호법부 승려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의 시작은 싯다르타 태자가 왕궁을 버리고 출가해 대각을 성취하면서부터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실천하는 전제 조건은 모든 물질적 욕망과 일체의 상(相)을 여의고 청정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비구 비구니, 청신남 청신녀 등 4부 대중으로 구성된 불자 중에서도 특히 출가자인 비구 비구니는 총무원장 및 주지 등 그 어떤 감투나 헛된 명예를 좇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직 수행에 전념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깊게 똬리를 틀고 있는 온갖 욕망 덩어리인 아상(我相)을 타파한 후, 주변 인연들을 교화하고 사회를 정화하는 일이 출가한 승려의 본분사이기 때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중이라 함은 승려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모든 단체, 조직 등 이 세상이 바로 절이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절의 문제를 잘 알면서도 못된 주지 옆에 바짝 붙어서 신도들을 기만하고 등치는데 앞장서는 중은 이미 중이 아니다. 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등등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시주 밥만 축내는 중도 중이 아니다. 절의 문제가 무엇인 줄을 잘 알면서도, 당장 먹고 잘 곳이 마땅치 않음에 따라, 절을 떠나지도 않으면서 불평불만이나 일삼는 중도 중이 아니다.

절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아는 까닭에, 어떠한 집착도 없이 절을 떠날 정도가 되면 비로소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절이 싫다고 훌쩍 떠나는 것 보다, 절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뒤에, 부처의 반야 지혜로 절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중이 단연 최고의 중일 것이다. 바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장 바람직한 중이다. 굳이 절을 떠날 필요조차 없이, 자신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부처의 정법(正法)으로 파사현정(破邪顯正)하는 보살행이야 말로 중의 본분사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조계종에 꼭 필요한 중은 이런 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