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수상음악으로 더위 한방에 싹

예술산책

2017-08-02     이현호<청주 서촌초 교감>

요즘 같이 푹푹 찌는 한여름의 도심 속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더위를 잊혀줄 시원한 물과 바람을 찾아 떠나는 음악 여행일겁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화려한 유람선에서 향이 풍부한 와인과 경쾌한 음악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우리의 옛 선조들의 남긴 그림만 감상하더라도 경치 좋은 강에서 뱃놀이와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17~18세기 당시 유럽 귀족들도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필자는 뱃놀이 음악하면 영국 템즈 강에서의 뱃놀이 음악으로 유명한 곡으로서 영국의 작곡가 헨델(G. F. Handel 1685~1759)의 수상음악(Water Music)이 떠오릅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헨델이 당시 영국의 국왕 조지 1세가 주최한 왕실 뱃놀이 축제를 위해서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입니다.

수상음악이란 물위 즉 배 위에서 연주하던 음악을 말합니다. 현재의 유람선이나 크루즈에서의 선상음악이 수상음악이 되겠습니다.

수상음악이 작곡 되어진 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취임한 국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상음악을 작곡해 템즈 강에서 초연했다는 설은 그저 떠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탈리아에서의 화려한 음악활동을 하던 헨델은 고향인 독일로 돌아와 하노버 궁정의 악장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휴가차 간 영국에서 오페라 리날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왔지만 영국에서의 화려함을 잊지 못한 헨델은 1712년에 다시 한 번 게오르그 선제후에게 허락을 받아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헨델은 영국 국왕이었던 앤 여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음악가로 승승장구합니다.

그런데 앤 여왕이 1714년에 사망합니다. 그 자리를 이은 사람이 하필이면 독일에서 헨델의 고용주였던 게오르그 선제후였습니다. 영국 왕 조지 1세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똥줄이 탄 헨델이 1717년 여름에 템즈 강에서 국왕이 뱃놀이 연회를 벌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작곡했다는 것입니다.

헨델과 약 50여명의 악사들이 배에 오른 채 왕과 귀족들이 탄 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연주했다고 전해집니다.

왕이 탄 배가 가까이 왔을 때는 목관악기 위주의 감미롭고 예쁜 선율의 음악을 연주했고 멀리 떨어졌을 때는 소리가 큰 호른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 악기로 멀리서도 잘 들리게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자면 그날 국왕은 음악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면서 모두 세 차례나 연주를 지시했다고 전해집니다. 수상음악은 낭만적인 강 그리고 떠있는 배 위에서 귀족과 왕들의 춤을 위한 곡인만큼 우아하고 격식을 갖춘 편안한 음악입니다

이렇게 폭염이 더해지는 날에는 헨델의 수상음악을 들으며 무심천 혹은 대청댐에서의 뱃놀이 여행을 상상해 보면 무더위를 떨치는 데는 최고의 한 방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