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7-06-21     연지민 기자

박 경 희

아카시아 꽃 먹고 지고
찔레꽃 먹고 지고

하늘 바람
어둑어둑

아버지 논배미에서
물고랑 내고

풀은 앞으로 엎어지고
풀은 뒤로 자빠지고

물고기는 돌 틈에 숨고
물소리는 사납고

한 무리 개미떼가
새카맣게 움직이고

구멍으로 구멍으로
들어가고

# 시원한 장대비가 내린 후 들녘은 분주합니다. 땅이 일터인 아버지도, 땅이 삶터인 풀도 개미도 물장난에 개구쟁이가 됩니다. 모처럼 차고 넘치는 개울물도 우당탕탕 큰소리 쳐보는 날, 물벼락 만난 물고기들도 파르르 파르르 쉴 새가 없습니다. 장마의 풍경도 아득할 만큼 비 한 방울이 목마른 요즘입니다. 타들어가는 대지를 적셔줄 큰 비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