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바뀌었어요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2017-04-26     양철기 (심리학 박사·서원초 교감)

우리 학교 아이들이 바뀌었다. 개학한 지 2달이 지났지만 학교폭력 등 사건·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학생들이 밝아졌다.

6학년 민형(가명)이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교적응과 학습에 어려움이 많았다.

늘 무기력하게 생활하며 수시로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였다.

아침에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노라면 교문을 닫을 때쯤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민형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런 민형이가 요즘 7시50분이면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뛰어서 학교에 온다. 아침 축구교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우리 학교의 이러한 변화는 3월에 부임한 총각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책 `운동화 신은 뇌'의 저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존 레이티(J. Rat ey) 박사의 `0교시 체육수업'을 총각 선생님이 시작한 것이다.

총각 선생님은 아침 7시30분경에 출근하여 학생들과 축구 등 다양한 체육 활동을 전개한다.

교실에만 앉아있던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오기 시작하였고 에너지 충만한 학생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으로 운동장은 활기가 넘쳤다.

민형이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아침 축구교실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열심히 운동장 또는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해맑다.

미국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에서의 조용한 혁명은 필 롤러라는 체육교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운동이 생물학적 변화를 촉발해서 뇌 세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운동으로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0교시 체육수업'을 도입하였으며 그 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2배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2배 낮아졌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현재 `0교시 체육수업'은 미국 전역에 퍼지고 있으며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이 통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운동을 하면 특정 단백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뇌의 성장촉진제 역할을 한다.

롤러는 이렇게 말한다. “체육교사는 뇌 세포를 만들어 내지요. 그 속에 내용물을 채워 넣는 것은 다른 교사들의 몫이고요.”

인간의 모든 행위와 생각과 느낌은 뇌 세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심리적 기질, 성격 등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뇌의 연결이 빚어내는 생물학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생각과 행위 그리고 환경은 뉴런에 연향을 끼쳐서 뇌의 연결구조를 변화시킨다.

뇌세포 간의 연결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고 새로운 연결이 일어난다. 운동이 뇌 세포의 연결을 활성화하는데 최고인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청주시내 초등학교 학급당 1명 이상이 정신과와 관련된 약을 먹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증상으로 인한 처방일 것이다.

존 레이티 박사는 ADHD 치료제인 리탈린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체계적인 운동이 최고의 약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런 학교를 꿈꿔 본다.

340명의 학생이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뿜어내는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한 운동장.

줄지어 트랙을 달리고, 축구하고, 인공암벽을 기어오르고, 실내자전거를 누가 먼저 탈 것이냐에 대해 소리 높여 의견을 나누고, 트레드밀 위에서 심장 박동기를 체크하며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 게임기 위의 발판을 밟아가며 춤을 추는 아이들.

그리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웅성웅성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

오늘도 어김없이 민형이는 7시50분에 뛰어서 학교에 왔다.

교문에서 맞이하며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민형이의 손에 힘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