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데스크의 주장

2017-02-19     이형모 기자

보은의 구제역이 지난 13일 7번째 발생농장을 끝으로 엿새째 추가 발생 없이 잠잠하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축산농가는 긴급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 안정기인 오는 21일까지를 고비로 보고, 임상관찰과 차단방역에 주력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보은에서는 지난 5일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8일 새 6곳의 추가 확진 농장이 나왔다. 지난 13일에는 첫 확진 농장의 1.7㎞ 이내 3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연쇄 발생해 방역 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충북도는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이는 가축만 살처분한다는 방역 지침과 관계없이 확진 농장 4곳의 소 212마리를 모두 예방적 살처분했다. 방역 수위를 한 단계 높여 구제역이 보은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제 접종한 백신의 효과가 안정기로 접어들려면 오는 21일까지는 여전히 위험기로 보인다. 우제류 항체 형성률도 여전히 기준치 80%를 믿돌고 있어 걱정이다.

충북도 역시 오는 18일까지 군(軍) 제독차 6대 및 군 장병 39명, 광역방제기 6대, 공동방제단 4개 팀을 동원해 보은지역 축산시설에 대한 일제 소독에 실시한다. 보은군과 인접한 청주·옥천·영동·진천·괴산·음성 등 6개 지자체의 돼지(31만5835마리)와 염소(2만1722마리), 사슴(698마리)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구제역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여덟 차례 발생했다. 살처분 비용과 생계안정자금 등 이 기간에 들어간 혈세만 3조3127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우제류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 와중에 정부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소 50마리 이상을 기르는 농가는 비용의 50%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직접 접종하고,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가 무료로 접종하게 돼 있다.

접종 의무화 이후 3년간 사라졌던 구제역은 2014년 7월 23일 재발해 보름간 이어졌다. 또 같은 해 12월 발생한 구제역이 이듬해 4월까지 147일간 잡히지 않아 소와 돼지 17만3000 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해 1~3월에도 45일간 돼지 3만3000 마리가 구제역으로 살처분됐다. 올해도 지난 5일 보은의 한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7일 현재 전국 9곳에서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정부는 우선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방역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당수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극히 낮게 나온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충북도는 표본조사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현재 소의 항체 형성률이 전국 평균 97%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병한 농장 중에는 실제 항체 형성률이 19%에 불과한 곳도 있다. 정부의 백신 접종 관리가 허술하고, 일부 농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충북도가 구제역 첫 발생 농장 방역대 3㎞ 내 우제류에 대한 예방 백신을 접종한 뒤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자 평균 71%가 나왔다. 아직은 기준치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첫날 61%, 이튿날 70%, 사흘째에는 86% 등 하루가 다르게 항체 형성률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분명한 사실은 방역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