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7-02-15     연지민 기자

 

 

 

 

 

 

 

유 병 록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 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 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 식구라는 말에는 가족의 의미가 깊이 들어 있습니다. 한자를 보면 밥 식食에 입 구口이니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우리의 가족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는 말입니다. 된장찌개를 밥상 가운데 두고 온 식구들의 숟가락이 들고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위생을 이유로 사라지고 있지만, 입으로 대변되는 끈적한 삶이 참으로 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