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7-02-08     연지민 기자

 

 

 

 

 

 

 

오 규 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많은 소음 속에서 살아갑니다. 핸드폰과 자동차, 텔레비전 등 쉴 새 없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차가운 금속성은 매 순간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소음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요는 숲 속 멀리에 만 있는 건 아닙니다. 라일락 나무 밑에, 비비추 밑에, 창가 장미꽃 아래도 고요는 쌓여 있습니다. 내 안의 고요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세요. 삶의 여백도 넓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