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익연리(比翼漣理)

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2016-12-08     반영호<시인>

금실 좋은 부부를 일컬어 잉꼬에 비유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에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와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합친 말이다.

이 말은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白天)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에 나온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비익조(比翼鳥)에서 비(比)는 비견(比肩)·즐비(櫛比) 등의 말에서 보듯 나란하다는 뜻이다. 익(翼)은 날개이다. 비익조(比翼鳥)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한데 합쳐야만 양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連理枝)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연리지란 그러니까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連理枝)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比翼鳥)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다.

비목어(比目魚)는 정말 눈이 하나뿐일까?

머리 한쪽으로 눈 두 개가 몰려 있는 가자미. 비익조(比翼鳥)와 비슷한 의미로 비목어(比目魚)란 물고기가 있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눈이 나란한 고기'가 된다. 류시화는<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에서 이 물고기를 소재로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比目)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노래하였다. 아마도 비익조(比翼鳥)에서 유추하여 비목어 또한 눈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암수가 서로 나란히 붙어야만 헤엄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비목어(比目魚)는 머리 한쪽으로 눈 두 개가 몰려 있는 납작한 몸의 가자미나 넙치, 광어와 같은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물고기들은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기 때문에 반대편을 잘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서로 반대편에 눈이 달린 물고기가 붙어다니며 서로 못 보는 부분을 도와준다고 해서 부부의 금슬을 나타내는 말로 쓰게 되었다.

불새. 피닉스(phoenix)는 불새로 우리나라 말로는 불사조(不死鳥)다. 희랍어 포노닉구스에서 온 말인데 문자 그대로의 뜻은 자홍(빨간색)이다. 애굽 신화에 나오는 새로서 붉고 금빛의 날개를 가진 이 새는 아라비아 황야에서 살았다고 한다. 한번 태어나면 오백년을 산다. 깨끗하게 살다가 500년이 지나면 이 새는 거룩하게 죽는다. 직접 약초와 향내가 나는 나무를 쌓아두고 날개로 불을 일으켜 그 위에서 자신을 태운다. 그리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젊고 신선한 몸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오백년을 살다가 죽고 또 그렇게 해서 살고…, 아름답고 갸륵한 불사조의 전설이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런 영생의 본능뿐 아니라 인간에게는 식욕, 소유욕, 성욕, 명예욕 등도 본능으로 주었다. 또한 동물에게는 `귀소본능', 즉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본능도 주었다.

인터넷에서 내 닉네임이 피닉스다. 불사조의 전설처럼 오래 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생각은 아니다. 진시황이 육신으로 오래 살고자 하였다면 나는 정신적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음이었다. 불후의 명작을 남겨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