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10-12     연지민 기자

어쩌자고

진 은 영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 살다 보면 이 말이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자고. 억양에 따라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이 말은 가을과도 참 잘 어울립니다. 꽃이 지고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한숨처럼 나오는 말이고, 무심코 흘려 듣던 노랫말이 비수처럼 와서 박혀도 생각 끝에 딸려오기도 합니다. 문장 하나하나 읊조리며 후렴구로 넣어보면 시의 맛도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