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09-28     연지민 기자

 

 

 

 

 

 

 

고 영 민

수수밭 한가운데
죽은 매 한 마리가
덜렁 하니 장대 끝에 묶여 있다

내달아 풍경을 낚아채던
발톱은 온데간데없다

이울어진
바람 한 구비에 걸터앉아
몸이라는 것이 이만큼은 겨루어야
끝장나는 거라며
매 한 마리가 껍질을 뒤집어쓴 채
붉은 수수 알의 눈으로
하루 종일
새를 쫓는다

# 먹이를 쫓던 매가 장대 끝에 묶여 죽어 있습니다. 사냥에 전념 하다 수수밭 장대에 걸려 죽음으로 몰아간 형세입니다. 죽음의 시간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기까지 매의 몸은 서서히 말라가며 작아지겠지요. 말라가는 몸체에 남은 매의 눈이라니. 삶과 죽음의 거리는 먼 듯하지만 참으로 가깝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