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06-29     연지민 기자

신 경 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 아득한 옛날, 유목의 시간이 알 수 없는 기억으로 돋아날 때가 있습니다. 정주를 거스르며 홀연한 떠남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뻥 뚫린 가슴은 좌표도 없이 어딘가로 문득 흘러들게 합니다. 아마도 지구라는 별을 밟는 그 순간부터 인류의 유랑은 시작된 게 아닐까요. 산다는 건 결국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란 말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