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동봉하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05-25     연지민 기자

 

 

 

 

 

 

 

 

임 송 자

나무의 맨몸에서 잎이 돋을 때
첫니가 돋을 때처럼 근질근질했는지 몰라
한 뼘씩 세상밖으로 푸른빛을 밀어낼 때
아가의 첫 걸음마처럼 아슬아슬했는지 몰라
나는 오래도록 헛발을 디디며 살아왔다는 생각
어림짐작으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생각
잎사귀 하나의 초록을
진종일 재고 또 재는 자벌레만도 못한 거 같아
가만가만 불편을 견디다가
그래도 꿈이 달았던 거꾸로 아주 먼 나에게
오월의 찬란한 초록을 동봉하고 싶은 것이네


# 거리마다 싹둑 잘려나가 보기 흉했던 플라타너스가 이젠 제법 초록으로 무성합니다. 상처를 덮어주기 위해 이파리들이 이룬 초록 물결은 시원합니다. 잘린 나무에서 잎이 돋는 일도 사람 살아가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 걸음 한걸음 온몸으로 밀고 가는 자벌레처럼 소중한 오늘이 나무의 초록으로 걸립니다. 오월의 푸름이 쑥쑥 자랍니다. 여름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