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04-20     연지민 기자

 

 

 

 

 

 

함 민 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울수록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정화해줄 때가 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 그렇습니다. 시 한 편이 삼만원인 이 소박한 밥상을 받아들면 비울수록 소복소복 배불러오는 마음이 있습니다. 농부의 손과 어부의 손과 사람들의 손이 거짓 없이 만든 밥상. 읽을수록 뜨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