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코리아가 걱정된다

충청논단

2016-02-21     엄경철 기자

직지를 주제로 한 첫 국제행사가 오는 9월 청주에서 열린다. 인류역사의 소중한 가치인 직지를 세계에 알리는 국제행사다.

행사를 관장할 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가 지난 17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행사개최 D-200 비전선포식도 열었다.

행사준비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행사였다.

그런데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첫 직지관련 국제행사가 성공리에 끝날지 걱정이 앞선다.

직지코리아를 지휘하게 될 감독의 행사관련 발표내용에서부터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감독은 컨테이너 조형물로 직지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행사가 열리는 청주시 흥덕구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폭 40m, 높이 58m의 랜드마크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조형물 내부에 무엇을 담을지는 모르지만 컨테이너를 이용한 조형물 설치 발상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다.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아파트 20층 높이의 상징물을 설치하는 것부터 문제다. 이 정도 규모의 조형물을 설치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영구적으로 설치하지 않는다면 철거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잘못하면 예산낭비라는 비판도 받는다.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보호구역내에 설치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공식 발표전에 검토됐어야 했다.

무엇보다 컨테이너 상징물이 직지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상징물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점과 함께 비판론이 나오자 감독은 보완하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짧은 시간에 기본계획과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행사의 준비, 진행 등에 대해 책임져야할 감독은 지난 16일과 17일 기자회견과 출범식에서 두 차례에 걸쳐 상징물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조형물에 대한 감독의 해명은 조직위출범식 이벤트용으로 급히 컨테이너 조형물 설치를 구상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직지코리아가 즉흥적으로 계획되거나 설계되는 듯이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지 않아도 직지코리아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자체의 각종 행사는 공무원들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이번 직지코리아는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공무원들이 많이 배치된 듯하다.

행사 준비와 실행을 위한 대행사 공모가 늦어지고 있다. 공모작업이 늦어질수록 잡음이 더 심해진다. 직지코리아가 그 상태에 놓였다. 행사에 대한 일머리를 모르는 공무원들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그만큼 행사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공직과 전문가 집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이끌게 되면 성공 개최가 어려워진다.

조직위 사정이 이러한데 컨테이너 조형물 설치 구상을 공식화했다. 지역에서 즉각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도 강행할 태세다.

만일 감독의 이 행사를 통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나온 작품이었다면 문제가 있다. 직지의 세계화를 위한 직지코리아행사에서 보여주기식 행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