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우리는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6-01-13     연지민 기자

오 규 원

 

우리는 모르고 있다.
이웃 연탄집 아저씨의 웃음이
매일 조금씩 검어지는 것도
연탄들이 연탄집의 방향을
산간지방으로
차츰 바꾸고 있는 것도.

연탄이 연탄집의 아저씨를
감화시키는 사실을 모르듯
우리는 우리가 무엇에 진실로
물드는지 모르고 있다.

연탄집의 햇빛은
연탄가루 때문에
조금씩 엷여져가고.


# 익숙해진다는 것은 닮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닮아간다는 것은 덩달아 물드는 것이지요. 연탄과 연탄집과 연탄집 아저씨가 서로를 물들이는 삶. 사물과 사람이 경계를 넘어서며 하나가 되는 삶. 물드는 것조차 모른 채 물듦이 이루어지는 삶이야말로 거짓 없는 ‘참’ 된 일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물드는 일이라면 햇빛이 조금 엷어져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