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지도층 심판해야

박병찬의 세상읽기

2015-12-15     박병찬 <칼럼니스트>

안중에 국민이 없다. 소신도 기준도 없다. 말만 많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사회혼란과 국론분열만 조장한다. 나는 옳고 주변은 그르다. 문제의 핵심을 모른다. 희망이 없다. 정치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크기를 가름할 수 있는 일면이 아닌가 싶다.

경상도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리더가 새로 부임했다. 나름 선두주자였다. 첫 이미지는 신선했고 열정적이었다. 국가와 국민, 조직을 위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영 아니었다. 돈키호테 같은 리더였다.

조직 내에 사고가 줄을 이었다. 인명사고도 계속됐다. 구성원들은 불안했다. 분위기도 침체했다. 리더와 함께하는 자리는 가시방석 같았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모두 안전부절해야만 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문제가 회의 때마다 큰 이슈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사고를 보는 리더의 눈과 처리 방식이었다. 사고 시마다 노발대발하며 관련자 징계를 지시했다.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코끼리 뒷다리 잡는 식의 원인분석, 리더 입맛에 맞는 편파적인 사고처리가 속출했다. 결과를 정해 놓고 구색 맞추는 징계 말이다. 결국 사고 원인제공자, 즉 리더는 간과된 채 사고 당사자와 그 상급자만 처벌됐다.

잘못된 원인은 잘못된 대책을 낳는다. 억울한 희생자가 나왔다.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상하신뢰는 무너졌고 ‘자포자기’하는 ‘될 대로 돼라’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콩가루 집안이 됐다.

3자 입장에서 원인을 진단해 봤다. 리더가 의욕만 앞섰다. 능력과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최고만 요구했다. 현상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주관적 잣대로 답을 정해 놓고 사고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만 찾았다. 인정과 칭찬은 없고 질책만 있었다. 지시만 있고 책임은 부하의 몫이었다. 이런 리더라면 최악의 리더가 아닌가 싶다. 그 리더 어떻게 정상까지는 갔으나 끝은 불명예 퇴직이었다.

요즘 우리 정치권 및 사회 지도층들은 어떤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구태의연하다. 대부분 주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인정과 칭찬에 인색하다. 대안 없는 비난과 비판과 반대만 보인다. 본분과 분수를 망각한 채 주인(국민)을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며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한다. 부정부패와 비리를 자행하거나 국민의 뜻을 임의로 조작 왜곡 악용하는 파렴치범도 있다.

이런 정치인 및 지도층인사라면, 결코 국가공공기관 사회단체 리더의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 방치하면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민(民)의 역할이 중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자격미달인사 색출 역할 말이다. 모두 함께 정치인 등 주변 지도층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챙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지식정보시대를 넘어 감성과 지혜의 시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지혜롭게 잘 활용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고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조직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 통하지 않는다. 그런 구태는 구성원을 사분오열 시키거나 저항을 유발시킨다. 뒤통수 얻어맞기에 딱 좋다.

리더는 주변의 얘기를 많이 듣고 공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정(칭찬)과 배려와 희생도 필요하다. 물론 비난도 반대도 질책도 필요하다. 방법을 잘 알고 해야 한다. 부메랑이 돼 자신의 가슴을 찌르거나 뒤통수를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인사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