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따뜻하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5-12-09     연지민 기자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늦은 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현달이 어둠 속에 눈썹처럼 박혀있습니다. 그 위로 별 하나가 달 그릇에 담겨 반짝, 빛을 내고 있습니다. 캄캄하게 텅 빈자리로 돌아간 우주가 자명하게 보여주는 눈빛은 참으로 따스합니다. 가난도 거짓도 죽음도 다 내려놓게 합니다. 무위에서 펼쳐지는 빛의 전율은 그래서 더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