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려되는 법주사 주지선거, 이러고서도 중생구제를 외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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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충청타임즈 기자

법주사 미륵대불의 개금불사를 둘러싼 잡음이 경찰수사로 비화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의 첫 반응은 “또 시작이야!”였다. 4년마다 열리는 이곳 주지선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회향식(준공)을 가진 개금불사를 음해하는 출처불명의 우편물이 법주사 말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 대량 발송된 것을 두고 법주사측 역시 내년 초로 예정된 주지선거를 의식한 특정 세력의 소행일 것이라고 예단했다.

4년 임기인 법주사 주지는 대통령보다도 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주 험난한(?) 자리로 정평이 나있다. 그 선출과정의 난맥상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시각으론 산중의 스님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큰 무리 없이 결정할 것 같지만 현실은 안 그렇다. 역대 선거 때마다 후보 및 파벌 갈등이 극심했고 이 과정에서 속세에서나 있을 법한 금전선거 논란까지 일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의 31대 주지선거다. 한 후보가 5억원대의 금품 살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수사까지 의뢰하는 바람에 종교라는 성역에 망신살을 자초했다. 당시 활빈당이라는 시민단체는 서울 조계사에서 문제의 돈선거 의혹을 규탄하는 행사까지 가져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법주사와 그 말사의 인적 네트워크는 아주 복잡하다. 각각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큰 스님마다 특정 문중(門中)을 대표하기에 주지선거 역시 이로 인한 입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결국 후보 난립현상이 번번이 빚어진다. 이번 개금불사 추문 역시 내년 초로 예정된 차기 주지선거와 연계된 문중 혹은 후보간 암투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법주사의 선거철만 되면 말사 주지를 포함한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을 포섭하고 확보하려는 물밑경쟁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그릇된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30대 주지선거 때는 각 문중의 대표로 구성된 법주사 운영위원회가 논란 끝에 합의추대(노현스님)에 성공했지만 4년 후 31대 주지선거에선 다시 현 주지 현조스님과 전 주지 노현스님이 끝장 대결을 벌이는 바람에 문중갈등을 노골화했다. 내년 초 차기선거에서도 이들 두 스님의 대격돌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벌써 과열과 혼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5교구 본사로서 우리나라 중부권의 최고 사찰이자 충북을 대표하는 불교 요람이다. 이런 곳의 주지선거가 잊을만 하면 세인들의 우려를 낳으며 입방아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주사는 그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는다. 그동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의 각성을 촉구하는 교계와 지역사회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이번 개금불사 논란에 또다시 사부대중들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법주사는 문화재관람료의 강제징수에 따른 인근상가의 피해와 관광산업 침체 등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주말 산행인들한테도 원성과 눈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원래 개금불사(改金佛事)는 불교에서 종교적 믿음의 완성이라는 의미로 행하는 의식이다. 그러기에 현재 제기되는 의혹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를 두고 비방과 투서질이 불거졌다는 자체가 불교인은 물론이고 충북도민들에게는 크나큰 배신과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세속에서 벗어난다는 뜻의 속리산(俗離山)의 법주사가 오히려 속세보다도 못한 아귀다툼의 도량으로 변질한다면 법주사로선 이보다 더한 직무유기도 없을 것이다.

부처님은 삼독(三毒)이 중생의 삶을 망친다며 이 세 가지를 버리라고 했다. 탐욕(貪慾)과 진에분노-시기-질투)와 우치(愚癡· 어리석음)다. 법주사의 운영과 주지선거를 둘러싼 파열음은 이러한 부처님의 뜻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러고서도 법주사가 중생구제를 외칠 것인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