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여울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5-12-02     연지민 기자

황 동 규


아주 캄캄한 밤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마음속이 온통 역청 속일 때
하늘에 별 몇 매달린 밤보다
아무것도 없는 길이 더 살갑다.
두 눈을 귀에 옮겨 붙이고
더듬더듬 걷다
갈림길 어귀에서 만나는 여울물 소리,
빠지려는 것 두 팔로 붙들려다 붙들려다
확 놓고 혼자 낄낄대는 소리.
하늘과 땅이 가려지지 않는 시간 속으로
무엇인가 저만의 것으로 안으려던 것을
자신도 모르게
놓아버리는 소리.


# 빛과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빛에 환한 눈부심이 있다면 어둠은 캄캄한 가운데 안온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다 보여지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어둠이 더 편안할 때가 있습니다. 길을 잃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두를 놓아버리는 겁니다. 우주와 나의 조우는 그렇게 마법처럼 시간 밖에서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