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헛발질

충청논단

2015-11-17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충북도가 헛발질을 크게 했다.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도의회와 벌였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다. 지난 4월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한 후 충북도와 도의회는 그 활용방안을 놓고 대립해왔다. 도의회는 도의회 독립청사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도는 부족한 청사 공간과 주차부지로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급기야 충북도는 도민의 뜻을 묻겠다며 충북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달에는 공청회까지 개최하였다. 그 자리에서 발표된 도민여론조사 결과는 도청사와 도의회가 포함된 행정타운 조성이 가장 높게 나왔고, 그 다음으로는 도청의 제2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그리고 도의회 독립청사로 활용하자는 안은 맨 끝 순위였다.

공청회에서도 거의 모든 토론자들이 도의회 독립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와 공청회의 결과는 완벽하게 충북도가 원하는 방향대로였다.

그런데 갑자기 옛 중앙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충북도의회 독립청사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것도 이시종 지사가 도의회 의장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제안을 했고 도의회가 의원총회를 열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도청 제2청사로 활용하겠다며 도민 여론조사까지 주도했던 충북도가 여론조사와 공청회의 결과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시종 지사가 스스로 도의회 독립청사로 써달라고 제안하며 중앙초등학교 리모델링 예산으로 155억 원을 책정하고 우선 내년도 예산에 85억원을 배정했다고 하니 아주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결과를 번복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노력은 했어야 했다. 공청회를 통해 도민 여론조사까지 버젓이 발표해놓고 채 한 달도 안 되어 도의회와 짝짜꿍하듯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도민을 우습게 알고 우롱하는 처사다. 더욱 도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도의회 리모델링 예산으로 내년도에 우선 85억원을 알아서 책정했다는 것이다. 학교무상급식은 예산 91억원의 차이 때문에 도교육청과 1년 내내 줄다리기하며 예산 타령을 해오던 충북도가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도의회 독립청사를 위해서는 85억원을 선뜻 내놓는 것을 이해하는 도민은 없을 것이다.

학교무상급식은 민선5기 이시종 지사를 당선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약 중 하나였다. 그동안 충북도는 무상급식 선진도라는 칭찬을 들으며 무상급식비용 총액의 50%를 꾸준히 지원해왔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무상급식 분담비율을 줄이겠다며 도교육청과 갑질에 가까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타 시도에선 광역자치단체들이 무상급식지원 비율을 더 높이는 마당에 궁색한 논리를 내세우며 무상급식예산을 줄이겠다고 하는 충북도의 이유는 가용예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 밥 먹일 예산은 없어도 도의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거의 급식비 부족분에 맞먹는 85억원을 선뜻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언론사의 분석대로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는 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심의를 벼르고 있어 예산심의를 순탄케 하기 위해 도의회 무마차원의 제안이라면 더더욱 비겁하다.

도의회는 무섭고, 도민들은 무섭지 않다는 말인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충북도가 마음만 먹으면 100억원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만 보아도 무상급식 분담비율 논란은 예산이 없다기보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꼴이 됐다. 충북도는 도의회와의 담합을 철회하고 그 예산을 무상급식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 도의회 독립청사보다 더 시급한 일이 우리 자녀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다. 마치 도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양 도민 여론조사와 공청회까지 연 충북도의 헛발질이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