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원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5-11-11     연지민 기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이따금 세상과 사람과 현실에서 벗어나 망연해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단풍나무 아래에 있으면 덩달아 붉어지고, 은행나무 아래에 있으면 덩달아 노래지고, 느티나무 아래에 있으면 덩달아 갈 빛이 되고 싶어지는. 그래서 그냥 무연한 존재로 남아 나에게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