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시 읽는 세상

2015-10-14     연지민 기자

안도현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 특별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과는 달리 오늘도 평이한 일상입니다. 웃자란 꽃을 정리하고, 보내지 못하는 마음의 편지도 쓰고, 나무의 그늘도 담아보다, 망연하게 하늘에 눈길을 보내는. 그러다 담박한 밥상 앞에 앉아 하루를 접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