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알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2015-09-30     연지민 기자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하나의 결실이 맺히기까지 세상에는 소용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저 작은 대추 한 알에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만난 생동하는 봄과 뜨거운 태양, 물기를 거둬들이는 가을이 올 곧이 들어 있습니다.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뭇 생명에도 칼 같은 우주의 섭리가 작동합니다. 저 혼자 붉어질 리 없는 자연의 이치는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