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의 중계기 설치비 지원 조례 ‘글쎄’
기자수첩
일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의 아파트 유지 보수와 관련한 비리와 권한 남용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주시뿐만 아니라 아파트가 들어선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시도 84만여 시민 중 70%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만큼 아파트 입주자회의의 운영은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 운영실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주하는 입주민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22일 폐회하는 청주시의회 제12회 임시회에 눈길을 끄는 조례가 상정됐다.
입주자회의 회의를 주민들에게 중계하려는 청주시내 아파트단지에 관련 장비 구입 및 설치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청주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 개정안’이 그 것이다. 이 조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용규 의원(새정치연합, 사창·성화·개신·죽림)은 제안이유를 ‘입주민들에게 균등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주택의 투명한 운영과 관리를 통해 주민 간 대립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지원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10월 임시회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 조례개정안이 과잉 입법활동이자 근시안적인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설비설치를 신청하는 주체가 입주민들이고 그들을 대표하는 주민자치기구가 입주자회인데 과연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입주자회가 중계장비 설치를 신청하겠느냐는 원초적인 물음에서 그 의문은 시작된다.
대다수 비리유형이 유지보수업체와의 유착관계에서 발생하는데 과연 회의내용을 공개한다고 해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비리 입주자회와 업체 간 검은 뒷거래를 근절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따른다. 민간 아파트단지 장비설치에 공적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도 마뜩잖다.
차라리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면 시 산하에 아파트 입주자회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민간 자치영역으로 맡겨뒀으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리와 부정으로 인한 주민피해 및 공동체 와해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에서 적극적인 주거돌봄을 구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는 △주요의결사항의 전체 주민투표 △자치단체에서 주택관리업체(관리사무소 수탁업체) 선정 등이 거론된다.
청주시도 이제 입주자회의 활동을 민간 자치영역으로 놔두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공공개입의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게 우선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