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

시 읽는 세상

2015-09-09     연지민 기자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 어제오늘, 하늘빛이 달라졌습니다. 파란 하늘에 동동 떠 있는 구름이 달라진 계절을 예고합니다. 가을 들판에는 여름내 태양을 머금은 곡식들이 제 빛깔로 익어갑니다. 매워야 맛이라는 고추도 마당 한쪽 편에서 햇살 바라기에 나섰습니다. 저 가을빛이 속까지 박혀야 매운맛도 살아난다는 사실. 가을 햇볕이 들려주는 붉은 속삭임이 예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