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칼럼

존재이유

2006-11-16     충청타임즈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7년여 전 노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임명을 받고 임지로 떠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교과서적인 정의야 책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실제로 어떻게 일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 문득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격언이 생각났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 사람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거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해 줌으로써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사회복지사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 보았다. 그러나 남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남에게 줄 수 없듯이 내가 먼저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남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훈을 '노인 공경하기를 부모 모시듯 하고, 서로 사랑하기를 형제 대하듯 하라'로 정했다. 직원 간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행복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은 마음으로 노인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기관장의 역할은 등한시 한 채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반성해본다. 어찌보면 사회복지 기관의 장이 역점을 두어야 할일은 구성원들의 복지를 보장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주어진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직무에 만족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의 복지는 도외시 한 채 클라이언트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 하겠다. 사실 복지기관의 직원들은 기관장의 존재 이유이다. 직원 없는 기관장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존재 이유인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를 되돌아본다. 주어진 여건을 핑계삼아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해 본다. 한편, 모든 사회복지 기관의 종사자들에게 당부한다. 우리가 매일 만나야 하는 클라이언트들 또한 우리의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다. 아픈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이 웃는 얼굴로 일하기 어렵듯이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우리의 삶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열악한 처우를 핑계 삼아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거나 클라이언트들을 짜증스럽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우리 모두는 복지사회 건설의 중심축이다. 사회복지 기관장들은 존재이유인 종사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종사자들은 클라이언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행복의 전달자가 될 것을 다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