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시 읽는 세상

2015-07-22     연지민 기자

정진규


  개미들의 행렬이 길다 곧 소나기가 쏟아질 것이다 삽시에 젖어버릴 것이다 부산하다 짐승들은 산등성이를 내닫고 날개들이 하늘을 메운다 지느러미들이 모두 물위로 솟았다 미안하니까 착한 나무들 풀잎들만 제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냅다 손목을 놓고 치달려간 너와 나의 거리가 그날 이후 좁혀지지 않는다 直前이다 혼자 지나 가게 될 것이다 되도록 빨리 지나갈 것이다 다들 떠났다 그게 상책이다
 
※ 어제는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이 급박하게 쏟아낸 비에 대낮도 컴컴하다 이내 짱짱해졌습니다. 소나기의 매력은 이처럼 순간에 있습니다. 만물도 소낙비에 젖어들지만 이내 지나갈 뿐임을 ‘떠남’으로써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