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朴대통령 국정운영에 악재될 듯

당청갈등·메르스 사태 갓 벗어나 국정드라이브 시도 상황서

2015-07-20     뉴시스 기자
국정원 사태로 급브레이크에 고심 커…靑 '불똥'우려에 긴장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보안업체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운용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의 자살로 국정원 해킹 파문이 정치쟁점화되면서 정국에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연이은 악재에서 최근 간신히 벗어난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원 해킹이라는 돌발 악재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가안보 핵심기관인 국정원이 잇따라 정치논쟁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운영은 물론 국가안보 관리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와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당청간 신밀월 관계를 형성하던 시점에 이번 파문이 터졌다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뼈아프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의 분열을 이제 막 수습하며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려던 찰나에 외부 악재로 뜻하지 않은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국정원발 악재로 인한 민심이반의 재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에 내내 시달려 온 트라우마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겪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에는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국정원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때마다 박 대통령은 국론분열과 민심악화를 겪어야 했고 이는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정원 해킹 파문에서도 민심이반의 조짐이 엿보인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0일 내놓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청 신밀월 관계라는 호재에도 불구, 국정원 해킹 의혹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전주대비 0.1%포인트 하락한 34.5%에 머물렀다.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반박하는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국회에는 해킹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정원이 다시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청와대는 이번 파문에 대한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 해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침묵은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안에 말을 보태는 것은 오히려 논란만 부채질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된 해킹 프로그램이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제2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박근혜정부 들어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파문의 불똥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오는 21일 주재할 예정인 국무회의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간첩사건 증거조작 당시에도 오랜 기간 침묵을 유지했던 만큼 정치현안 대신 민생현안에 대한 언급만 내놓고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