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13. 고불 맹사성의 公堂問答 外(2)

2006-11-10     충청타임즈 기자
<지난주에서 이어짐>

주변 여러 고을 수령들이 맞이하려고 급급하다.

양성(陽城)과 진위(振威) 고을 수령들 역시 맹사성을 영접하기 위해 장호원으로 들어서는 유일한 길목에 차일은 친 후, 그 앞 5리까지 길을 쓸기 시작했다. 맹사성에게 잘 보이면 영전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차일을 쳐놓은 앞으로 황소와 나귀를 탄 누추한 차림새의 노인들이 지나가는게 눈에 띄었다.

"아니 길을 닦아 놓으면 뭐부터 먼저 지나간다더니."

두 고을의 수령은 노기가 치밀어 올랐다. 즉시 이방을 불러 호령했다.

"당장 저 늙은이들을 잡아 대령하도록 하라!"

명을 받은 이방은 군졸 서너 명을 이끌고 항소를 타고 가는 노인에게로 달려갔다.

"여봐라! 게 섰거라!"

이방이 소리쳤다.

"무슨 일이시오"

"무엄하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황소를 타고 지나가는 게냐. 어서 내리지 못할까."

이방은 위험을 세우며 호통을 쳐댔다.

"허허허, 어디긴 어디겠소. 장호원으로 들어서는 길목 아니오"

"아니, 이 늙은이가! 여봐라! 뭣들 하고 있느냐, 당장 저 늙은이를 끌어내리 않고."

이방은 능청스레 웃고 있는 노인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었다. 군졸들이 노인에게로 달려들었다.

"어허, 왜들 이러시오 연유나 알고 끌려가도 끌려가야 되질 않겠소"

"그래도 저 늙은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저기 계신 어른들이 뉘신지 알고 그러는 게냐"

"글쎄올시다. 대체 누구기에 그러시오"

"저기 사또 나으리들이시다. 뭣들 하고 있는 게냐."

군졸들이 황소 위에 타고 있던 노인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조금도 여유를 잃지 않고 그들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벙긋벙긋 웃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이방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너는 어디 사는 누구냐 사실대로 고하렸다."

이방은 노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허허허, 나는 온수현에 사는 맹고불이라는 사람이외다. 이제 됐소"

순간 이방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앗!"

맹사성은 씨익 웃으며 다시 황소 위에 올라탔다. 이방은 어쩔 줄을 모르다가 수령이 있는 곳으로 줄행랑을 쳤다. 수령이 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어째서 너 혼자 오느냐 잡아 대령하라 이르지 않았느냐!"

"사또 나으리. 그게 아니옵고, 저분이 바로 찬성사 대감이옵니다. 온수 사는 맹고불이라 하옵니다. 사또!"

"뭐라고!"

양성, 진위 두 수령은 크게 놀랐다. 앞 뒤 가릴 여가가 없이 줄행랑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