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시 읽는 세상

2015-07-08     연지민 기자

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 짱짱한 하늘이 갑자기 시커멓게 변하기도 하고, 거친 바람에 떠밀려가는 구름 행렬이 지구의 자전을 실감케 합니다. 장마의 선물은 이처럼 두려운 듯 설레게 하는 변화무쌍함이지요. 묵직하게 내려앉은 하늘도 한 차례 공기층을 훑고 지나가는 소나기로 푸릇, 푸릇, 깔끔해집니다. 말간 자연의 얼굴과 대면하는 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