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쓸까’ 쩔쩔매는 충북도·청주시

기자수첩

2015-06-11     하성진 기자

청주 주성교차로 입체화(지하차도) 사업이 착공 한 달을 남겨 둔 지난달 초 암초에 부딪혔다.

경찰이 지속하는 교통여건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없다며 제동을 건데 이어 인근 주민 600여명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청주시는 일단 사업 승인을 보류하고 시행처인 LH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질 때부터 줄곧 시 결정에 따르겠다는 LH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말만 요구일 뿐, 속내는 사업 철회나 방향 수정을 하라는 의미인 까닭이다.

율량2지구 택지개발 승인기관인 충북도와 지하차도 실시계획 인가기관인 청주시가 자칫 떠안을 수 있는 후폭풍을 우려해 LH에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라고 떠미는 모양새다. 

주민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훗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도나 시로서는 그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나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총대’를 메지 않는 이유다. 

교통량 감소 등 충분한 사정변경이 생겼기에 사업 재검토를 통해 인가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데 말이다.

LH 역시 스스로 사업을 폐기하거나 방향을 틀면 자체적으로 진행한 교통영향평가 등 애초 확정된 사안이 모두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다 보니 청주시 탓만 하고 있다. 

시가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은 채 뜨뜻미지근한 자세만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320억원이라는 어마한 돈이 드는 데다 충북도민을 위한 사업인 만큼 도와 시가 책임 회피를 위한 관조적 자세를 벗고, 대승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이번 사안을 풀어나가길 기대해본다.